398. 70 즈음에 (我田日記 '26.5.9.)

1.

나이 들면 "낄끼빠빠"를 잘해야 한다고 익히 들어왔다.
거기에 나는 예외라고 속으로 안심하고 있었다.
나는 잘 할 수 있다고 믿어 왔고(왜냐, 난 아직 늙지 않았기 때문에..) 
 
얼마 전, 노인복지관에서 만난 사람들로 이루어진 밴드에서 벗어났다.
할 말이야 많지만, 결국 평생 다르게 굳어진 사람들이 원만히 어울리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밴드가 해체되는 과정에서 나이가 연출하는 추한 모습들에 실망해 "이곳에서 빨리 벗어나자" 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왕 결심한 이상 밴드 뿐만 아니라 노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2개의 다른 기타 동아리에서도 탈퇴했다. 
속이 후련해지며 일상이 평안을 되찾았다. 
 
나이 들어서(이제서야 겨우 인정하는 바이지만) 함부로 어디 가입하는 거 아니다 란 교훈을 얻었다. 
 
2.
노인복지관 밴드에서 탈퇴하고 나서, 신규 멤버를 모집하는  밴드를 찾아가 봤다.
이곳은 제법 실력자들이 모이는 곳이다. 한 달을 다니고 다시 물러 나왔다.
그들 수준에 맞출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그 동안 오래 봐왔던 클래식 기타 동아리를 찾아 갔다.
여기는 고수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모임에 가입할까 망설이다 가입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여기서도 나의 기타 수준은 꼬래비인데, 나이는 최고령 층에 속했다.
서로 부담스러웠다. 내 어쭙잖은 연주를 보며 젊은 회원들이 한 마디 쯤 해주고 싶은데 나이 때문에 어렵고, 내 입장에선 그들이 어렵게 한 얘기가 자존심을 건드렸다.  
결국 이전처럼 혼자서 기타를 치기로 마음 먹었다.   
 
나이 들어 어딘가에 가입한다면, 그곳은 내가 나이에 걸맞는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이제 나는 분명히 나이 들었다는 사실 인정과 함께.
 
3.
동네 "정보화 교육센터"에서 진행하는 AI활용 강좌에 등록했다.
강좌 타이틀이 "3040을 위한  AI 활용 어쩌고.."였는데, 나를 포함 60~70대가 서너명 끼어 있었다.
이 강의실에 온 늙은이들의 공통점이 눈에 띄었다.
첫째. 쓸데없이 열심이다.
둘째. 타이핑이 늦다. 3040들의 우다다닥하는 타이핑 소리에 기가 팍 죽는다.
셋째. 강사의 강의 내용을 제대로  알아 듣지 못한다.
결국 이들 때문에 강의는 제일 늦은 늙은이의 진도에 맞춰지고, 젊은이들이 강좌에서 이탈한다. 
 
이들은(나를 포함해) 다른 말로 하면 "강의에 오면 안되는 사람들"이다. 
어르신 대우란 결국 애처로움의 또 다른 표현일 뿐이다.
 
맞다. 나이 들면 "낄끼빠빠"를 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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